엔노시타와 히나타가 상황을 보러 모닥불이 있는 6동으로, 키요코와 야치가 다이치를 만나러 거대한 3동으로 출발한 직후 스가는 니시노야와 함께 북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느 쪽으로 갔는지 봤어?”
스가가 물었다. 니시노야는 북쪽을 향하는 차도의 오른쪽 가를 따라 평행하게 뻗은 인도를 가리켰다.
“이 길을 따라서 뛰어가는 것까진 봤는데 어느 쪽으로 가는지까진 못 봤어요. 저도, ……마음이 급해서요.”
스가는 무언가를 찾는 듯 이리저리 손전등 불빛을 비추고 있던 니시노야의 모습을 떠올렸다. 

“츠키시마가 너한테 뭐라고 설명했어.”
걸으면서 스가가 물었다.
“……야마구치가 사라져서 모두 찾고 있다고.”
“너한테는 그 근처를 찾아보라고 하고, 자기는 북쪽을 찾겠다고?”
“네.”
스가는 이를 악물었다. 츠키시마.
“그리고 손에 굵은 나무 막대를 들고 있었어요. 그것 말고는 몰라요.”
니시노야의 말에 스가는 스스로도 표정이 굳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야마구치가 도망친 건 사실이야. 그렇지만 모두 흩어져서 찾는 상황은 전혀 아니었어. 나리타의 단말기에 위치가 나올 테니까 쫓아가서 잡기만 하면 됐어.”
“……츠키시마는 카즈히토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기계를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어요.”
“전혀 아니야.”
“그렇습니까.”
니시노야가 길 옆의 앙상한 풀숲에 손전등을 비추어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스가 선배, 어떻게 된 거죠.”
니시노야가 물었다. 어떻게 된 거냐고? 아득하기만 했다. 어떻게 된 거냐는 건 오히려 스가가 묻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나중에……. 나중에 얘기해줄게. 지금은 우선 츠키시마를 찾는 것부터 하자.”
스가는 보이지도 않을 미소를 억지로 지으며 말했다.

길의 형태와 지형을 보아 츠키시마가 16동 근처부터 인도를 따라 북쪽으로 달려갔다면 그 길을 따라 쭉 가다가 산 속 오르막길로 접어들어 23동 쪽으로 갔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였다. 스가와 니시노야는 그 길을 따라 걸으며 넓은 면적을 불빛으로 비추어보고 있었다. 꼼꼼한 수색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장 효율적인 수색이었다. 지형지물 하나하나를 샅샅이 살피는 방식은 의미가 없었다. 너무 오래 걸릴 것이었다. 츠키시마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을 너무 많이 내어주게 될 위험이 컸다. 느릿느릿 찾는 사이 츠키시마가 계속 이동하고 있다면 완전히 놓치게 되는 셈이기도 했다. GPS 단말기가 있는 이상 어차피 언젠가는 잡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일단 당장은 못 보고 지나칠 가능성을 감수하더라도 빠르게 이동하며 찾는 편이 나았다.
산 속인데도 친절하게 띄엄띄엄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곳이라도 손전등 불빛은 닿았다. 츠키시마는 보이지 않았다.
산 속 길로 접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멀리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스가와 니시노야는 동시에 마주보았다. 산 위쪽, 23동이 있는 쪽에서 나는 소리였다. 무언가를 깨부수는 소리 같았다. 유리로 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였다. 두 사람은 동시에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던 니시노야가 낙엽을 밟고 미끄러져 넘어졌다. 스가는 니시노야를 일으켜세워 주고 다시 달렸다.

산길을 벗어나자 시야가 트이며 23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낮에 보았을 때는 웅장한 건물이라는 인상이었지만 어두울 때 보니 음침한 분위기였다. 두 사람은 건물에 다가가 보았다. 무언가를 부수는 소리가 어디서 난 것인지는 분명했다. 23동의 유리로 된 정문이 박살나 있었다. 안쪽 문도 그랬다. 건물 안에 유리 파편이 어지럽게 깔려 있었다. 밖에서 유리문을 깬 것 같았다.
스가는 츠키시마의 그 영리함에 화가 났다. 밤에 건물에 출입할 수 없다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밤이 되면 밖에서 문을 열 수 없게 될 뿐, 따지고 보면 그 문을 없애 버리기만 하면 마음껏 드나들어도 되는 것이다. 츠키시마는 그것을 간파하고 23동 안에 몸을 숨기기로 했을 것이다. 실내가 야외보다 추위를 피하기도 훨씬 낫고, 내부 구조에 익숙해져 두면 나중에 싸움을 벌이기에도 좋고, 미리 외부로 나갈 수 있는 통로를 한두 군데 더 찾아둘 수 있다면 웬만한 허허벌판에 있는 것보다는 포위당할 위험도 적을 테니까. 깨져 흩어진 유리 파편들 위로 누군가가 밟고 지나간 듯한 흔적이 있었다. 그것을 보자 피가 차가워졌다. 츠키시마. 츠키시마 케이가 원래 누구였는지는 아무래도 좋았다. 츠키시마가 건방지지만 성실한 후배였던 시절 따위, 역사책 속에나 나오던 시절 이야기 같았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츠키시마가 품은 불만을 어떻게 달래줄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츠키시마는 무슨 짓을 저질렀을까. 스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알고 싶은 기분도 별로 들지 않았다. 무슨 짓을 저질렀든 그 후 츠키시마는 스가가 찾는다고 속여 다이치를 엉뚱한 곳으로 불러냈고, 야마구치를 찾아야 한다는 빌미로 니시노야를 떼어놓고 도망쳤다. 손에 나무 몽둥이를 들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아무런 애정도 느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왜 그랬는지 이유라도 한번 들어보고 싶은 기분조차 들지 않았다.
어쩌면 이건 츠키시마가 아니라 내가 변했기 때문인 건가.

스가는 잡다한 생각을 떨쳐버렸다.
“니시노야.”
스가가 니시노야의 귓가에 속삭였다.
“네가 여길 지키고 있어. 난 들어가봐야겠어.”
“네? 혼자서요?”
니시노야가 되물었다. 놀란 반응이기는 했지만 스가보다도 더 작게 속삭이는 소리였다.
“한 사람은 도망치지 못하게 지켜야 하잖아. 맡길게.”
“스가 선배는 쓸 수 있는 무기도 없잖아요. 여기서 같이 기다리는 게.”
“아니. 지체할 시간 없어.”
스가는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니시노야가 말리더라도 혼자 들어갈 생각이었다. 니시노야도 스가의 태도를 읽었다.
잠시만요, 라는 말도 없이 니시노야는 가방을 몸 앞으로 돌리더니 가방 옆주머니에서 검은 물체를 꺼냈다. 그것은 니시노야가 쓰레기통의 뚜껑을 고정시킨 접착제를 잘라낼 때 썼던 것으로, 키노시타로부터 염려와 신뢰의 표시로 받은 물건이었다. 윤기가 흐르는 검은 단검이었다.
니시노야는 말없이 단검의 날을 잡고 손잡이를 스가에게 내밀었다.
스가가 단검을 받아 쥐었다.
니시노야는 스가가 재빨리 단검을 받아드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스가가 깨진 유리문을 넘어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다치지 않게 조심해주세요.”
니시노야가 말했다. 스가는 잠시 뒤돌아보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23동으로 들어갔다. 둘 다, 라고 니시노야가 덧붙인 말을 스가는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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